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원치 않는 영어 대화 속에 얻은 깨달음(?)

아핫아핫 2021. 5. 20. 22:17

토요일엔 지점 분들과 북한산을 갔었습니다. 발목이 아직 성치 않아서 꼭대기까지는 가지 못하고 중간에 혼자 조심조심 내려왔죠. 혼자 내려 오는데 맞은 편에서 한 분이 외국인에게 열심히 뭐라고 설명을 하면서 옵니다. 옆에 있던 시냇물을 가리키며

 

디스 워터 이즈 베리 클린, 잇쯔 머치 모아 클린 댄……” (한글로 쓴 이유 아시겠죠? ^^)

순간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흐릅니다. 문맥상 분명이 수돗물보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은데,

머치 모아 클린 댄…… 패밀리 워터!”

Good Job! 맞은 편에서 스쳐 지나가던 것이라 그 외국인이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, 암튼 훌륭합니다. 패밀리 워터!! (나중에 알았지만, 수돗물의 맞는 표현은 Tap water이더군요)

아파트 단지 내에서 서성이다 보니 새싹들이 삐죽삐죽 얼굴을 내밉니다. 그 딱딱한 나무 어디에 그런 틈이 있었는지 참 이쁩니다. 장인 어르신께서 가끔 화분을 주시는데 그나마 키우기 힘들지 않은 것들로 골라서 주시죠. 베고니아, 구아바, 파키라, 고무나무, 부겐베리……이 식물들도 모다 살아 있는 것이니 먹어야 삽니다. 그런데 때 맞춰 물을 챙겨 주기도 힘들어서 주말에 한 번씩 물을 주다 보니 시들시들 합니다. 시드는 이파리를 보는 것도 힘든 노릇입니다.

 

그러다가 누가 물을 주지 않아도 땅에 심어져 있는 나무에서 삐죽삐죽 얼굴 내미는 새싹들을 보니, 훨씬 건강하고 기운차 보입니다.

 

이제는 제가 그 다음에 무슨 얘기를 할지 짐작이 가시죠? ^^ 사람도 똑같지 않을까요. 누가 때맞춰 물을 주어야 하는 환경에서 사는 사람은 비록 지금 그럴듯해 보일지 몰라도 땅 깊숙하게 뿌리 내리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가지고도 사는 사람에 비해 약하죠. 가끔 산에서 기울어진 나무를 봅니다. 통나무를 들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, 나무라고 하는 것이

보통 무거운 것이 아니잖아요. 그런데 저 무거운 것이 기울어져 있는 것을 버티려면 도대체 뿌리는 얼마나 큰 힘으로 지탱을 해야 하는 것일까 경이롭습니다.